유전자, 미생물, 세균으로 이해하는 '나'와 '우리'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나와 우리를 이해하기 위한 생물학적 탐구는 계속된다. 하나에 흥미를 가지고 관련 책을 연이어 읽다 보니 읽게 되는 책들의 내용이 겹치는데, 그 안에서도 상충되는 의견이나 보완되는 내용이 있어 재미있게 보고 있다. 이 책은 우리 행동의 근거를 유전자, 세균, 미생물 등 생물학적 요인에서 찾고 그것이 환경적 요인과 결합하여 어떻게 나타나는지 설명한다. 성격, 취향, 정치색, 종교 등의 신념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나는 물론이고 나와 다른 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그런 말을 했다니 믿을 수 없어’,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내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이러한 기본적인 인간 문제에 대해 질문하고 해답을 찾으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과 실제로 행동하는 자신의 괴리 때문에 납득하지 못하고 힘들어한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관한 답을 과학에서 얻을 수 있다.
영리하고, 유쾌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인디애나의과대학 빌 설리번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유전학, 미생물학, 심리학, 신경학의 렌즈로 바라보며
실제 현실에서 우리 자신이 우리답게 행동하게 되는 이유를 탐구한다.
서문 - 진정한 나와 만나다
외부 환경과 유전자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 → 후성유전학
과학자들은 스트레스, 학대, 가난, 방치 등이 희생자의 DNA에 흉터를 남겨, 여러 세대에 걸쳐 행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 우리 유전자 말고도 근래 들어 과학자들은 미생물 침입자들이 우리 몸에 엄청난 유전자의 보고를 들여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유전자들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행동을 빚어내는 데 기여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후성유전학 연구는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서 일어나는 긴밀한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있으며, 유전자가 곧 운명이 아닌 이유를 보여준다. 우리가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자를 결정할 수는 없지만, 환경을 바꿈으로써 그 유전자들의 발현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전문 도박꾼이 형편없는 패를 쥐고도 뻥카를 쳐 판돈을 싹쓸이하는 것처럼 말이다. -p.38
1장 나의 창조주와 만나다 - 환경이 유전자에 미치는 영향
우리의 미생물 거주자들은 우리 몸으로 유전자를 들여와 우리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행동을 조종하는 또 하나의 숨겨진 힘으로 작용하고 있다. -p.42
1장 나의 창조주와 만나다 - 우리의 유전자에 추가 기여하는 미생물
날씬해지는 세균을 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건강한 식습관이 함께 따라야 한다. 이 연구 결과는 장내세균과 식생활이 대사와 관련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말해준다. - p.108
3장 나의 식욕과 만나다 - 장내세균은 어떻게 우리의 식욕을 쥐고 흔드는가
이런 내용들(진화심리학의 주장) 중에는 성차별적이거나 구닥다리 사고방식으로 들리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자들의 주장을 일반화하기에는 예외가 많고 주의할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살아남아 번식하려는 욕구는 인간 본성의 근간을 빚은 진화적 원동력이다. 남성과 여성의 번식 전략에서 나타나는 생물학적 차이는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반향을 일으키고, 남녀의 행동에 대한 고정관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런 고정관념들 때문에 진화심리학자들이 인간 진화에 대한 이론을 만들 때 모르는 사이에 편견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 p.212
6장 나의 악마와 만나다 - 남자의 악마는 화성 출신이고, 여자의 악마는 금성 출신인 이유
유전자 하나는 전체 그림을 구성하는 퍼즐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퍼즐 한 조각만 보고 전체 그림을 알아낼 수 없듯이, 유전자 하나만 보고 사람의 행동을 예측할 수는 없다. -p.218
이 독성 요인은 부모의 학대나 또래의 왕따 같은 심리적 형태일 수도 있고 중금속, 니코틴, 알코올 같은 독성 물질의 형태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런 요인이 뇌의 발달과 신호 전달을 직접 방해하거나, DNA의 후성유전적 프로그래밍을 통해 반사회적 행동, 공격성, 폭력의 씨앗을 심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p.225
6장 나의 악마와 만나다 - 어린 시절의 악마가 어른이 되면?
우리는 세균과 끊임없이 진화의 군비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균에게 저항력이 생기면 균은 보통 머지않아 적응해서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을 가한다. 이런 감염을 물리치려면 생물종은 자신의 유전자 풀에 든 유전자들을 계속 섞어주는 것이 유리하다. - P.242
7장 나의 짝과 만나다 - 아기를 만드는 데 왜 두 사람이 필요할까?
이런 압도적인 증거들은 (생물학적 증거들) 동성 간의 끌림이 이성애자들이 경험하는 끌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양쪽 모두 생물학적 기반을 가졌고, 유전학과 환경 조건의 뒤섞인 영향력을 바탕으로 태어나기 전에 뇌에 프로그래밍되는 것이다. 이런 요인들 중 태아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 성적 취향이라는 영역에서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하나밖에 없다. 자기와 성적 취향이 다른 사람을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존중, 존엄, 평등으로 대할 것이냐는 선택이다. 우리는 모두 똑같은 사람이다. - P.275
7장 나의 짝과 만나다 - 일부 사람이 동성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
후성유전학 약물은 변경이 필요한 유전자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고 모든 유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통제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식생활과 운동 등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생활 방식을 바꿈으로써 유전자 발현에 어느 정도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운동이 후성유전을 통해 유전자 발현도 바꿔준다. - p.362
10장 나의 미래와 만나다 - 유전자 발현을 바꾸는 법
사람들을 비난하는 대신, 그들을 이해하려 해보자.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파악하려고 노력해 보자.
그것이 비난보다 훨씬 유익하고 흥미롭다.
그리고 그것이 공감, 관용, 친절을 낳는다.
데일 카네기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새롭고 위험한 자극에 보상체계가 더 작동하는 유전자가 있다. 이러한 유전자는 용감하고 자극적인 도전을 즐기는 식으로 발현된다. 알콜에 더 잘 중독되는 유전자도 있고, 고수의 향을 안 좋게 느끼는 유전자도 있다. 이러한 생물학적 근거들은 나를 더 잘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게 한다.
우리의 모든 행동과 성격은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생긴다. 우리 각자 여러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환경에 따라 그것이 발현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는 얘기다. 그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모두 그런 것은 아니고 환경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미생물도, 세균도 우리 신체 기관에 자극을 주어 행동을 유발한다. 이 역시 환경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우리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면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고 적절히 대처가 가능하기에 그러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지식의 문을 열어주는 책이었다. 유전학, 미생물학, 심리학, 신경학적으로 우리를 설명하는 과학 서적이지만 결국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포용하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