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넘쳐나는 연애 프로그램으로 주변이 시끌시끌하다. 관심사 밖의 일이라 그런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나로선 의아한 현상이다. 왜 짝을 찾기 위해서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제3자는 왜 남의 사랑 찾기를 재밌어하는 걸까? 나는 왜 그런 일에 흥미가 없는 걸까? 사랑은 뭘까? 저런 것도 사랑일까?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반응일까? 생각이 꼬리를 물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책은, 사랑을 할 때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분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모두 사랑임을 과학적으로 밝혔다. 또한 유전자는 고정된 요소가 아니라 다른 유전자 및 환경과 복잡한 상호작용을 하므로 특정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이렇게 된다'라고 예측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간단명료하게 떨어지는 답을 기대했으나, 사랑은 유전자와 환경 등 복합적 결합 요인이 작용하기에 칼같이 답이 떨어지진 않는다. 여러 요소에 의해 발현된다는 뻔하고 재미없어 보이는 결론이지만 그 과정을 알게 되니 상당히 흥미로웠다.
우리를 인간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것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인간은 부모에게 극진한 돌봄을 받고,
연인이나 친구뿐 아니라 개나 고양이 같은 다른 종에게도 사랑을 느낀다.
한 인간의 삶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며, 이는 인간을 다른 생물들과 구분 짓는 요소이다.
저자 애나 마친(Anna Machin)은 진화인류학자로, 사회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알려진
로빈 던바 교수와 함께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친밀한 사이의 인간관계에 대해 연구해왔다.
그녀는 이번 책 『과학이 사랑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모든 것』에서 사랑을 생물학적·심리학적·인류학적으로 탐구하며,
특히 인간이 삶에서 경험할 수 있는 사랑의 모든 스펙트럼에 주목한다.
여기서 스펙트럼이란, 애착이나 만족감 같은 사랑의 충만한 감정에서부터 질투·통제·집착 같은
사랑의 어두운 이면까지, 연애 초반의 설렘부터 서로가 익숙해지는 과정까지,
연애 감정을 느끼지 않는 사람부터 다자간 연애를 하는 사람의 사랑까지, 가족·연인·친구처럼
익숙한 관계에서부터 반려동물·인공지능·신과 같은 다양한 존재와의 사랑을 모두 포함한다.
놀랍도록 흥미로운 연구들과 수많은 사람과의 인터뷰로 가득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왜 사랑을 하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각자의 대답을 찾아나가게 될 것이다.
1 생존-살아남기 위한 호모 사피엔스의 전략
사랑은 협력에서 비롯되고, 협력은 인간의 생존 수단이다. 즉 사랑은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2 중독-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는 강력한 화학작용
사랑을 할 때 인체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약물’이 마약과 비슷하다는 정신의학자 마이클 리보비츠의 견해. 연구를 통해 우리는 사랑에 중독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인,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정신적인 사랑까지 모든 사랑의 첫 단계는 두 가지 주요 신경화학물질의 작용에서 비롯된다. 바로 옥시토신과 도파민. 베타엔도르핀은 장기적 유대관계의 토대가 되는 주요 화학물질로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접착제 역할, 통증 약화의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은 사회성과 사랑을 강화하고 이는 심리적, 정신적으로 우리를 더 건강하게 한다.
3 애착-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삶에 미치는 영향
애착의 특성은 회피와 불안이라는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된다. 사회적 지능을 관장하는 전전두피질이 빠르게 성장하는 시기인 생후 첫 2년 동안의 발달 환경이 중요. 생애 단계에 따라 애착의 종류와 애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도 바뀐다. 애착은 유전+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단순히 환경과 유전학적 영향의 비율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복잡한 개념. 유전자에 따라 환경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개념인 '차등적 취약성'도 존재
4 우정-이 마음을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친구로 선택할 확률이 더 높다. (동종애) 선택한 가족에게선 정서적, 지적 지지와 조언을 충족한다. 성소수자에게는 특히 선택한 가족이 중요한 존재. 반려동물 양육은 우울증을 예방하고 사회성을 촉진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종을 넘어선 이 강력한 유대는 다른 형태의 사랑과 마찬가지로 생리학적, 신경화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구축. 인간과 흡사한 로봇을 도우미로 만들려는 건 잘못된 목표가 아닐까? 로봇의 형태는 기능을 중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5 개인-유전자, 나이, 인종, 성적 취향이 알려주는 것
옥시토신 수용체 (OXTR) 유전자는 다형성(유전자를 구성하는 여러 부분이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를 띠는 것)이 있고, 이 때문에 공감 능력을 비롯해 사랑할 때 경험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 후생학 (후생유전학)은 유전자가 발현되는 방식의 변화에 관한 학문. 유전자의 발현 여부, 심지어 특정 버전의 유전자를 보유할 확률은 나이와 인종에 좌우된다. → 특정 유전자 고유의 성질 때문이라기보다 사회적 환경의 영향과 (문화) 시간의 영향. 유전자는 고정된 요소가 아니라 다른 유전자 및 환경과 복잡한 상호작용
6 사회-사랑에도 규칙이 있을까?
사랑은 이성을 잃게 만드는 광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엄격한 규칙을 만든다. (결혼 제도) 진화의 관점에서는 그런 규칙을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다. 규칙을 잘 지키도록 ‘독려’함으로써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다른 구성원을 감시하는 일에 인지적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다.
7 독점-무로맨틱부터 다자간 연애까지
상대를 독점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 다자연애, 무로맨틱도 존재
8 신-이루어질 수 없는 존재와의 사랑
신과의 사랑도 사랑이다. 사회적 네트워크의 규모를 제한하는 두 가지 요소는 인지능력과 시간의 가용성이다. 관계와 투자 : 핵심은 시간. 신앙심은 심리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준사회적 관계 :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상대와의 유대감, 유대감이 일방적이고 상호성이 없으며 한쪽에서만 시간과 에너지, 감정을 쓰는 특징. 준사회적 사랑은 정신병리학적 문제가 아니다. 유명 인사를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유대감을 느끼도록 진화해 온 인간의 자연스러운 능력에서 비롯된 결과. 실제 세상에 더욱 강인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이 된다.
9 통제-착취와 조종, 학대의 도구
질투심도 생존을 촉진하기 위해 발달한 감정. 감성지능이 필요한 정신화 기능이 긍정적으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용하고 상대를 조종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약물은 보편적인 사랑의 묘약이 될 수 없고 윤리적 악용의 문제가 있다.
10 동기-우리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자원을 찾게 하는 동기 또는 의욕이다. 감정이 아닌 동기를 일으키는 요소로서의 사랑의 특징. 사랑은 행동을 취하는 동기,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동기이다.
전체적으로 진화론적 관점에서, 여성은 남성을 선택할 때 자원 확보, 남성은 여성을 선택할 때 번식 능력을 본다는 골자로 책이 쓰였다. 이러한 설명에 거부감이 들 수도 있는데, 지금 우리의 의식과 괴리가 있는 이유를 이후에 설명해 준다. 지금은 사회가 변하여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진화는 천천히 느리게 진행된다. 생물종 전체로 봤을 때 여성 대다수에게 자율권이 부여되어야만 짝짓기 행동도 변화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현재는 그렇지 않기에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짝짓기 대상을 선택할 때 선호하는 기준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화라는 개념을 단순히 아메바→원숭이→인간으로 가 아니라 문화 형성 과정과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태곳적 인식을 이어온 진화론적 설명과 더불어 뇌과학적 설명을 통해서 사랑의 메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확인받은 느낌이었다. 진보한 의식과 세상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다룬 것은 좋았으나 그에 대한 연구가 너무 부족한 것도 사실이었다. 조사 대상이 너무 적고, 대부분 백인인 것, 이성애자인 것 등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시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은 감정보다 더 큰 개념으로 평생에 걸친 욕구이고 생존 동기였다. 사랑, 타인과의 유대감과 상호작용이 정신, 심리에 긍정적 효과를 주고 우리의 의욕을 높여 활동하게 하고 더 나은 자신이 되게 하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파헤치니 너무 흥미로웠다. 또 여러 종류의 애착에 대해 살펴보면서 내가 가진 애착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알게 된 시간이어서 의문이 해소되었다. 사랑이 우리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무게를 인지하고 소중히 할 수 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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