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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정리

효율성에서 회복력으로의 전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생명애가 이끌어야 할 미래 <회복력 시대>

by 몬mone 2023. 11. 22.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 행동주의 철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2022년 신작이다. 인간이 지구를 착취한 결과로 생존의 위기, 인간 종의 위기를 맞고 있는 요즘, 생존을 위해 어떻게 '회복력 시대'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경제, 정치, 과학, 범사회학적 분야에서 기후위기가 초래된 배경과 대응 필요성, 방안을 설명하는데, 익히 들었던 주장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어서 흥미롭게 읽었다.

경제, 정치, 과학의 분야별로 내용을 정리해 이해해 보고자 한다.

 

 

 

 

 

리프킨은 진보의 시대가 효율성에 발맞춰 행진했다면, 새롭게 부상하는 회복력 시대는

적응성에 발을 맞춘다고 말한다. 효율성에서 적응성으로의 이행은 생산성에서 재생성으로,

성장에서 번영으로, 소유권에서 접근권으로, 판매자-구매자 시장에서 공급자-사용자 네트워크로,

선형 프로세스에서 인공두뇌 프로세스로, 수직 통합형 규모의 경제에서 수평 통합형 규모의 경제로,

중앙 집중형 가치사슬에서 분산형 가치사슬로, 거대 복합기업에서 유동적인 공유로 블록체인을 형성하고

민첩한 첨단기술 중소기업으로, 지식재산권에서 오픈소스 지식 공유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삶의 질 지수(QLI)로, 부정적인 외부 효과에서 순환성으로,

지정학에서 생명권 정치학으로의 전환을 포함한 경제 및 사회의 전면적 변화와 함께 일어난다.

젊은 세대는 이미 성장에서 번영으로, 금융자본에서 생태자본으로, 소비자주권주의에서 환경책임주의로,

세계화에서 세방화로, 대의 민주주의에서 시민 의회와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로 전환하고 있다.

동일선상에서 공감과 생명애가 새로운 규범이 되면서 냉정하고 무심한 이성은 약화하고 있다.

인간 종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절망하고 있는 오늘날, 리프킨은 근본적으로 다른 미래에 대한 창을 열어주며

지구에서 다시 생명이 번성할 두 번째 기회를 위한 대담한 청사진을 제시한다.

 

 

 

 


 

 

 

 

경제 분야

우리는 효율성을 쫓아 진보해 왔다. 비용을 절감하고 경쟁에서 살아남아 점점 더 효율적인 세상이 되었지만 그 효율성 추구 때문에 시스템은 간소화, 축약되었고 결과적으로 위기 대응에 취약하도록 진화하였다.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고찰을 통해 효율성 추구가 회복력 약화를 불러온 과정을 설명한다.

이동 수단과 생산성 부분의 효율 추구로 탄소 배출이 많아지고 이것이 기후위기를 불러온 것은 우리가 가장 익히 알고 있는 지구 위기의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더하여 녹색혁명의 효율성 추구가 가져온 토양 약화를 지적한다. 곡물 재배의 효율성을 위해 유전자를 계량하여 곡물 종자의 미생물이 손상되었고 이는 토양을 악화시켜 황폐하게 만들었다. 복원하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을 만큼 지구의 표토가 사라지고 있다.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서 환경 악화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부의 내용 중 <자본주의의 딜레마: 효율성의 증가, 노동자의 감소, 소비자 부채의 증가> 부분은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를 통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이유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노동자를 더 고용하는 대신 소수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늘려 실업자 증가를 부추기고 있다. 임금을 낮추고 노동자를 기계로 대체하는 것이 사업자 입장에선 위기를 모면할 경제적 해법인 듯 보인다. 실제로 많은 사업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이고 노동시간 연장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이는 결국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제인구의 감소를 낳아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국 모두의 부채를 증가시킨다. 지금 한국의 경제, 노동 정책이 바로 이 모습으로, 머지않아 우리는 대가를 치를 예정이다.

 

 

 

정치 분야

저자는 생태 지역 거버넌스, 분산형 동료 시민 정치를 통해 지구의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버넌스의 수평형 기능 분화로 시민 참여를 심화, 확대시킬 필요 강조하는데 이는 지구가 재야생화되는 문제가 먼 미래, 혹은 다른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가까이에 현실로 존재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시민을 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사회운동 주체이자 경제적 기업이며 새로운 유형의 초기 거버넌스다. 주민 참여형, 분산형 (분권형이 아님) 시민 정치는 거버넌스의 이양이 아닌 확장으로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을 보여주는 정치 형태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작년에 읽었던 <탄소 사회의 종말> (조효제 저) 의 주장을 상기했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기에, 중앙집권적으로 강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한 정치 체제 아래서는 다른 많은 문제들이 파생되고 더 빠르게 악화일로를 걸을 수 있다. 보수주의자와 비교하여 진보주의자일수록 기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함께' 생존하는 문제에 관심을 쏟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던 <탄소 사회의 종말>의 주장처럼 제러미 리프킨도 개개인의 더욱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독려한다.

 

2023.11.21 - [분류 전체보기] - 기후위기를 사회학적으로 접근해야하는 이유 <탄소 사회의 종말>

 

 

 

과학 분야

자본주의 체제가 지구 권역을 자산화하면서 암석권수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도 보여준다. 유전자조작 농경의 출현으로 토양 기반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탄소흡수율이 감소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기후 사막화로 인해 어획량이 바닥나고 수권을 둘러싼 싸움이 증폭되고 있음을 설명한다.

거기에 더하여 초효율성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지적하면서 디지털 연결과 GPS 안내가 우리를 편하게 하지만 어떻게 우리의 인지 능력을 위축시키는지 설명한다. 디지털 세대의 어휘력과 문해력이 급감하고 전반적인 인지능력의 현저한 저하를 예로 들면서 효율성 추구가 어떻게 우리의 미래를 강탈하는지 알게 된다.

또한 아동기에 양육자와의 애착 형성이 공감 능력 형성과 안정감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회복력 시대의 '키'가 될 '공감' '생명애'를 소개한다.

 

 

 

의식의 변화 촉구

책은 전체적으로 방법론 제시보다는 근본적인 의식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다. 공감을 바탕으로 회복력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감을 통해 타인뿐 아니라 동료 생명체들과의 교감을 확장하고 '생명애' 연결성을 가지는 것이 회복력 시대를 활성화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힘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인식이 있으면 행동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은 자연스레 시민 참여형 생태 지역 거버넌스가 되어 지역사회를 바꾸고, 국가를 바꾸고, 세계를 바꾸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