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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정리

'자유'의 대가 '우연'을 대하는 자세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

by 몬mone 2023. 11. 27.

 

 

 

 

한나 크리츨로우의 <운명의 과학>이라는 책을 먼저 읽고 나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운명의 과학>은 우리의 운명은 설명 불가한 힘의 작용이 아니라 우리 행동의 모든 경우의 수가 이미 우리 두뇌와 유전자에 들어 있어 설명 가능하다는 내용의 책이었다. 경우의 수는 이미 결정되어 있고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가 그 경우의 수를 읽고 예측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가진 조건을 벗어날 수 없지만 그래도 희망을 버리면 안돼! 라는 뉘앙스의 책이어서, 어떤 근거로 내가 희망을 버릴 거라 생각한 건지 또 어떤 근거로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건지 의아했다. 주장의 구성도 짜임새 있지 않아서 찝찝하게 책을 덮고 이 책을 추가로 읽게 되었다. 운명을 탐구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이런 이유로 연달아 읽게 되었다.

과학 서적으로 알고 봤는데 읽을수록 심리학 서적이라고 느껴지는 책이었다. <운명의 과학>에서 얘기하는 운명의 개념과 다르게, 규칙을 찾을 수 없고 예측 불가한 ‘우연’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었다. 우리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즉 우연을 두려워하지만 우연은 진보를 가능하게 하며 우리가 자유를 누리고 있기에 우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이다. 우연에 지나치게 스트레스 받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여 긍정적으로 소화하라는 내용이다.

 

 

 

 

 

세계적인 과학 저널리스트이자 『우리가 운명이라고 불렀던 것들』의 저자인 슈테판 클라인은

인간의 삶은 우연이 만들어낸 사건들의 총합일 뿐이며, 이 세계가 어떤 규칙이나

운명에 맞춰 굴러갈 것이라는 믿음은 ‘사랑스러운 착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변덕스러운 삶에 무방비하게 내맡겨졌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 우연은 운명보다 더욱 신비롭고 낭만적인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연은 우리에게 불안이 아닌 ‘자유’를 안겨주며, 강자뿐 아니라 약자와 다양한 종에게도

생존의 기회를 주었다. 그뿐인가. 수많은 역사적 사건과 운명적인 사랑 역시

‘우연’ 덕분에 가능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연으로 가득 한 이 세계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Part 1. 운명이라는 착각

우연, 규칙을 인식할 수 없거나 아무도 계획하지 않았던 일을 말한다. 사람은 보통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긍정적으로 보기보다 기회에 수반되는 위험에 더 노심초사한다. 그러나 수많은 개별적인 우연들도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 즉 수많은 동종의 사건들을 관찰하면 조화로운 전체로 어우러진다. 우리가 로또 당첨을 천운이라 하고 놀라워하지만 1년에 몇 명쯤은 로또로 벼락부자가 된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말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한 원인의 일부가 자신이라면 이 원인은 관찰되는 사건과 분리될 수 없고, 이런 상황에서는 피드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어떤 일에 더 많이 관여하고 더 큰 영향을 끼칠수록 그 결과는 더욱더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 자기 연관성. 그러므로 우리가 삶을 임의로 계획할 수 없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대가라 할 수 있다.

자기 연관성의 논리는 원자물리학에서의 측정과 비슷하다. 관찰자가 관찰 대상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 그리하여 예언자는 그의 예언을 통해 관찰되는 시스템에 영향을 끼치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정보를 잃게 된다. 자유는 예측할 수 없음의 대가로 주어지는 것이다. 자기 연관성이 초래하는 많은 결과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가 자신을 꿰뚫어볼 능력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우연과 마주친다.

어떤 사람을 어떻게 경험하느냐는 상당 부분 우리 자신의 몫이다. 상대방은 우리가 보내는 신호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이런 피드백을 통해 우연이 작용하게 된다.

사람들은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힘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믿기 때문에 예언이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읽을 수도 있다. 이런 예언의 현대 버전은 바로 증권 전문가들의 조언이나 정치적 여론조사다.

 

 

Part 2. 우연이 만든 세계

다윈은 자연의 다양성을 우연으로 설명한다. 진화가 무슨 일을 불러왔건 간에 목표도 의도도 없었으며, 최선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야망 같은 것은 더더욱 없었다. 중요한 건 그저 살아남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파란 눈이 더 나을 것도 없고 갈색 눈이나 초록색 눈이 더 나은 것도 아니다.

자연의 발전은 좋은 수가 중요한 체스보다는 거대한 제비뽑기와 비슷하다. “다양성은 진보에 도움이 된다. 다양성은 우연이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모든 종류의 독점은 진화를 힘들게 한다.” 카를 지그문트

누가 더 나은지는 종종 쉽게 판단할 수 있지만, 누가 시합에서 승리할지는 우연에 달려 있다. 재앙들은 진화를 언제나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러므로 진화의 성공 여부는 생물학적 능력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우연이 결정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반복되지 않을 너무 많은 사건이 우리의 종이 승리하는 데 기여하였다.

싸움에서 우연을 이용하는 것은 태곳적부터 활용되어온 성공 전략. 예측 불가능한 행동은 경쟁에 유리하고, 협력과 신뢰를 가능하게 한다.

심리학자 루이스 터먼과 사회학자 캐럴 톰린슨, 제시카 고멜의 연구. 지능과 집안, 유년시절, 성격, 목표 등 성공을 예측하는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의 성공 예측 → 실패함. 우연이 우리의 길을 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경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중요한 것은 유전과 환경 두 가지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문제는 타고난 소질과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

부모의 교육이 부분적으로 우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 ①또래집단 ②부모가 아이의 발달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은 예측 불가능. 따라서 교육은 우연하게 작용한다. 어릴 때 발레를 배우게 시켜도 어떤 아이는 발레에 의미를 두지 않을 수도 있고 어떤 아이는 발레에 푹 빠져 발레리나가 될 수도 있다. 자녀에게 적절히 고무적인 환경을 만들어주고 자신을 시험할 수 있는 기회를 되도록 많이 주는 것은 아이에게 단순한 재능 계발 이상의 도움이 된다. (진화에서 중요한 ‘다양성’과 일맥상통)

 

 

Part 3. 우연이 두려운 사람들

우리는 아주 약한 신호만 보아도 거기에서 의미를 찾는다. 명확한 근거가 없어도 어떤 이론을 믿는다. 그리하여 우연한 만남을 인연으로, 사건의 동시 발생을 인과관계에 의한 것으로, 우연을 필연으로, 행운을 능력으로 받아들인다. 있지도 않은 틀과 연관을 찾으면 우리는 안심이 된다. 선택적 인지, 즉 상황에 맞는 것만 보려는 경향은 뇌가 우연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트릭, 그 다음 트릭은 우연의 작용을 과소평가하는 습관이며 마지막은 인간이 그렇게도 좋아하는 해석하는 습관이다.

많은 사람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을 만나면 그것을 운명이라고 믿는다. 질서, 더 높은 의지가 주관한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된다. 종교는 이렇듯 의미에 대한 동경이 낳은 열매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사건에 대한 시각에 달려 있다.

리스크를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대폭 줄이는 것이 실제로는 더 유익할지라도 우리는 절대적인 안전에 대한 욕구가 뿌리 깊이 박혀 있다. 불확실성이 우리를 얼마나 괴롭히는지는 신체 반응으로도 나타난다. 하지만 복잡한 상황에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것은 절대 잘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완벽함을 위해서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며 그로 인한 낭비는 그로써 얻는 안전성을 능가한다. 완벽히 안전한 곳은 감옥뿐이다. 매스컴의 과민 반응으로 해당 사회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일상 속에 편재되어 있는 진짜 위험을 보지 못하게 된다.

 

 

Part 4.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법

우연에 대응하는 전략은 오류에 관용적 태도를 취하는 것. 우연을 배제하지 않으며, 우연으로 발생할 달갑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모든 불행을 제거하고자 하는 대신 불운한 일이 가져오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의 효과성. 우연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려면 우연의 존재를 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약간 불안할 때가 가장 안전하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때로 실수를 저지르고자 하는 용기가 도움이 된다. 맨 처음 떠오른 방안으로 결정하는 것도 방법 (단순한 발견술) 복합적인 문제에서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무시하는 것이 종종 성공의 열쇠가 되어준다.

또한 민주적 전략은 (짐을 여럿이 드는 것) 프로그램의 오류로 셔틀이 추락할 위험을 줄인다. 유능한 시장과 무능한 시장의 차이. 유능한 시장은 과제를 더 작게 세분하여 문제를 해결. 더 많은 정보와 자문을 구했고 타인의 말을 귀담아들을 줄 알았다. 더 자주, 더 많은 결정을 내리는 대신 각각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력은 작았다. 유능한 시장은 한 걸음 한 걸음 단계를 밟아가면서 예기치 않은 일에 최선의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었다.

작은 걸음 원칙과 분산 전략을 구사하면 우리가 가진 정보가 충분하지 않아도 괜찮다. 불확실성이 만연한 곳에서 우연의 힘을 믿어버리는 것은 이성적인 선택이다. 우연이 없이는 삶을 꾸려나갈 수 없다.

우연과 불확실은 자유의 자식들이다. 우리가 삶의 다양한 가능성을 누리는 대가로 감수해야 하는 것들이다. 불확실은 스트레스이면서 동시에 경탄과 기쁨을 예비한다. 자연은 우리가 뜻밖의 기회를 활용하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러므로 우연에 더 많은 여지를 허락하며 사는 것이 좋다. 계획적인 행동과 예기치 않은 것을 수용하는 태도는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이다. 인간의 강점은 새로운 것을 극복하고, 찾고, 만들어내는 데 있다. 그 때문에 우리는 변화하는 세계에 직면하여 자신감을 가질 이유가 있다. 예기치 않은 일에 더 많은 여지를 허용하는 것은 자신을 변화시키는 모험일 뿐 아니라, 우리의 인식을 더 날카롭게 하고 시간에 대해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우연에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은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