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1년이 지났다. 전쟁은 멀리 있는 우리에게까지 정신적, 경제적 충격을 주었다. 전쟁의 참혹함은 보통 민간이 피해자들의 피해와 시스템의 붕괴, 경제적 손실 등을 고려하여 표현하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정신적, 육체적 충격을 입는 군인들의 상태를 조명하여 전쟁과 살인이 어떻게 개인에게 깊은 손상을 주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군인들을 더 효율적인 무기로 활용하기 위하여 만든 훈련과 요즘의 비디오 게임을 비교하여 비디오 게임이 왜 아이들을 폭력적으로 만드는지, 어떻게 살인을 가능하게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점점 더 폭력이 증가하는, 쉬운 방향으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으며 선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책의 메시지가 우리의 변화를 자극한다.
『살인의 심리학』은 전장에서 군인이 느끼는 공포와 두려움의 실체를 파헤친 책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군을 향해 자신의 총을 쏜 군인의 비율은 15-20퍼센트에 불과했다.
이것은 인간은 같은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수치는 한국 전쟁에서 50퍼센트, 베트남 전쟁에서 90퍼센트로 급증했다.
그사이 군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책은 인간이 다른 인간을 죽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파헤친 책으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인간이 얼마만큼 선해질 수 있으며,
또한 얼마만큼 악해질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1부 살해와 거부감의 존재 ; 성행위를 연구하는 처녀들의 세계
동종으로부터 공격받는 경우를 고려할 때, 생명체가 선택할 수 있는 반응은 싸우거나 도주하는 것보다 확장되어 ‘대치’와 ‘복종’을 포함한다. 하지만 실제 폭력은 “아주 경미한 수준”으로 일어난다.
군인들은 늘 본능적으로 물리적 충돌에 앞서 비폭력적인 수단들을 이용해 적의 기를 누르려 해왔다. 전쟁의 역사는 동료 인간을 죽이는 것에 대한 타고난 거부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병사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더욱 효과적인 방법을 계발하는 과정의 역사로 볼 수 있다.
군인들이 총을 쏘지 않고 단지 쏘는 척만 함으로써 적군이나 지휘관에게 수동적으로 복종하려 했다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미국 육군 중장 S.L.A 마셜의 연구에 의하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중전에서 전 전투기 조종사들 가운데 1퍼센트도 안 되는 소수가 30~40퍼센트에 이르는 적기를 격추시켰다.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격추시키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어떤 문헌도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전쟁의 실제 공포와 그것이 싸우는 군인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금도 다루지 않고 있다” 침묵의 공모. 성행위를 연구하는 처녀들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눈 가리고 코끼리 다리 더듬고 있는 수준이다.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피터 마린이 말하듯이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대한 은폐 공작”이 존재한다.
살인에 대한 거부감의 본질과 원천은 우리 안에 있다. “북베트남 병사들을 죽이면서 미군 병사들은 그들 자신의 일부를 죽였다” 본능과 이성, 환경, 유전, 문화, 사회적 요소들이 강력하게 결합된 결과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거부감은 강력한 힘을 지닌 채로 존재하고 그 존재는 그래도 인류에게는 희망이 있다고 믿을 만한 여지를 남겨준다.
2부 살해와 전투 트라우마 ; 살해가 정신적 사상자의 발생에 미치는 영향
국가는 ‘전쟁의 대가’를 관례상 전비, 생산력 저하, 사상자 숫자 등으로 측정한다. 군사 기관이 인간 개인의 고통을 기준으로 전쟁의 대가를 측정하고자 시도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신의 붕괴는 전쟁의 가장 커다란 대가로 남게 된다. - 리처드 게이브리얼 <더 이상 영웅은 없다>
정신적 사상자들의 징후 : 극도의 피로, 혼돈 상태, 전환 히스테리, 불안 상태, 강박 상태, 성격 장애
이스라엘의 군 심리학자인 벤 셜리트는 전투를 막 치른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무엇이 제일 두려웠느냐고 물었다. 목숨을 잃거나 다쳐서 버려지는 것이라는 대답을 기대했으나 실제 답은 “다른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 전투가 요구하는 끔찍한 의무를 이행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전투원들의 마음을 가장 심하게 짓누르고 있음을 발견. 피로와 증오, 공포가 뒤섞인 두려움, 그리고 이러한 감정들을 느끼면서도 살해를 해야 한다는 도저히 타협이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임무를 부여받는 가운데, 군인은 죄책감과 공포의 진창 속으로 깊이 빠져들다가 결국 정신 이상자가 되고 만다.
살해하지 않는 자들도 살해자들과 똑같이 잔인한 상황에 빈번히 내몰리지만, 그들은 정신적 사상자가 되지 않는다. 폭격으로 인한 민간이 피해자의 예를 보면, 사람들의 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집이 파괴되었다는 사실이다. 폭격은 주로 이를 겪어 낸 사람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살해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 놀랍게도 민간인들의 정신적 사상자 발생률은 평시와 아주 유사
두려움이 미치는 영향을 절대로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이것은 전장에서 정신적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는 유일한 요인이 아니며, 심지어 주요 요인조차 아님은 분명하다.
군인들은 살해와 그에 따른 죄책감, 죽이지 않은 데 따르는 죄책감 (동료를 실망시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부하와 동료를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는 죄책감) 모두 짊어지고 있다.
전쟁의 전모는 사회 전체가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훨씬 더 끔찍하다. 이것은 여러 요소들의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고, 정신적 사상자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은 바로 이러한 스트레스의 복합체다. 이러한 고통과 죄책감을 신경증이나 병리로, 배울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한시바삐 벗어나야 할 것으로, 특히 참전 용사들이 겪는 질환으로 다룬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참전 용사의 어려움을 그저 적응의 문제로 취급할 뿐
그 구성 인자들이 일으키는 공포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문제에 대한 숙고를 회피하는 것은 아무런 보람도 없는 일일뿐 아니라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 클라우제비츠
3부 살해와 물리적 거리 ; 당신도 멀리서는 친구로 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빈도가 아니라 죽음의 방식이 질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전쟁과 평화를 완전히 구분 짓게 하는 것은 사고나 자연적 원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적의에 의해서 죽임이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폭격이 초래한 죽음은 거리라는 아주 중요한 요소에 의해 그 충격이 완화된다. 최근 2세기 동안 벌어진 전투들의 사상자 통계를 분석해 보면, 군인은 적과의 거리가 가까울수록 살해하는 것을 더 어려워하고, 평범한 인간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다른 인간의 신체를 손에 쥔 날카로운 무기로 찌르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며, 총검을 사용한 직접 살해는 전장에서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물리적 거리의 본질은 살인자가 희생자의 얼굴을 얼마나 자세히 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4부 살해의 해부 ; 고려 대상이 되는 모든 요인들
1. 권위자의 명령
예일 대학의 스탠리 밀그램 박사가 한 복종과 공격성에 관한 연구. 프로이트 “복종의 요구가 가진 힘을 절대로 과소평가하지 말라”
2. 집단 면죄 ; “살해자는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집단은 책임감을 형성(동료 압력)할 뿐 아니라, 구성원들에게 익명성을 발달시켜줌으로써 살해를 가능하게 하고 더 나아가 폭력에 기여하도록 한다.
3. 정서적 거리 ; “내게 그들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였다”
문화적 거리와 도덕적 거리, 사회적 거리, 기계적 거리와 같은 요소들은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자신이 인간을 죽인다는 사실을 부인하도록 해준다. (내가 인종적 민족적(외모의 차이 등 이것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돌프 히틀러), 도덕적(처벌의 정당화, 진주만의 예), 사회적 차이, 내가 더 우월하다는 믿음은 살해자가 피해자를 비인간화할 수 있게 만든다.)
4. 피해자의 특성 ; 타당성과 보수
특별히 위협이 될 만한 자를 특정할 수 없을 경우 일반적으로는 지휘관이나 장교가 표적으로 선택된다. 타당성이나 보수가 없는 살해 (아이, 여성 살해)의 경우 엄청난 거부감 동반
5. 살해자의 공격적 성향
전우의 복수, 타고난 기질 (그러나 참전 용사들이 비참전자들보다 더 폭력적이지는 않다. 참전 용사 중 2퍼센트는 모두 사이코패스 살인자라고 결론짓는다면 틀린 말)
5부 살해와 잔학 행위 ; “그곳에는 영예도, 미덕도 없었다”
잔학 행위의 어두운 힘, 정의는 총구에서 나온다는 생각에서 비롯. 또한 잔학 행위를 저지름으로써 얻게 되는 가장 명백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이득 가운데 하나는 아주 손쉽게 사람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량 학살이나 처형은 집단의 역량을 강화하는 원천이 될 수 있다.
단기적 이득에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이루어지는 잔학 행위는 대개 자기 파괴적이다. 잔학 행위를 체계적인 국가 정책으로 행사하고자 했던 이들은 곧 그 양날의 검에 맞아 쓰러지고 말았다. 잔학 행위를 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적군의 역량 또한 강화한다. 강간범의 잔학 행위가 상대의 분노와 힘을 강화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라. 잔학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죽였다는 데서 그의 합리화와 수용이 크게 지지 받음
이런 추악한 측면을 바라봄으로써 그것을 이해하고 명명하고 대처하는 데에 이 연구의 목적이 있다.
6부 살해 반응 단계 ; 살해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는가?
살해 반응 단계 : 살해에 대한 염려, 실제 살해, 도취, 자책, 합리화와 수용
7부 베트남에서의 살해 ; 우리는 군인들에게 무슨 짓을 저질렀는가?
살해율이 급증했던 베트남전, 살해 비율을 높이기 위해 활용된 세 가지 기법: 둔감화, 조건 형성, 부인 방어 기제
둔감화 : 적군은 자신과 다르고 가족이 없으며 인간도 아니라고 믿도록 하기 위한 기제 활용
조건 형성 : 파블로프의 개처럼 반사적인 속사quick shoot 능력을 키우기 위해 반복 훈련
부인 방어 기제 : 살해를 부정하고 단지 표적과 교전했을 뿐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 이 결과 베트남에서 사격 비율 증가
참전 용사들의 폭력 범죄율은 일반인들의 폭력 범죄율보다 결코 높지 않다. 사회에 잠재적으로 위협이 되는 것은 현대적인 인터랙티브 게임, 티비, 영화 등이 제공하는 규제받지 않는 둔감화, 조건 형성과 부인 방어 기제다.
베트남전에서의 살해율을 높이고도 그 살해의 합리화는 실패했다. 그 이유는 ①베트남 참전 전투원들은 미국 역사의 그 어떤 전쟁에서보다 눈에 띄게 어렸다. 가장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시기에 전투를 경험 ②베트남전에서는 의지할 만한 고참병들이 거의 없었다. ③베트남 전쟁은 대부분 비정규군을 상대로 하다 보니 정신적 트라우마가 더 컸다. ④그리고 베트남 전쟁은 개인들의 전쟁이었다. 부대가 아닌 개인 단위로 파견되었다. ⑤심리적 트라우마를 억제하고 지연시키기 위해 순환 복무 정책과 함께 사용된 주요 요소들 가운데는 강력한 약물의 사용도 들어 있었다. ⑥귀환하는 군인들을 위한 정화 의례 부재 → 스트레스와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공하는 것인데 이것의 부재. 공동체가 그에게 감사하며 그의 행위가 옳았음을 인정하고 환영해 주는 방식이었음. 그러나 사회는 적대적인 환경이었다. 귀환하는 참전 용사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 체계의 존재 혹은 그 부재가 참전 용사들의 심리적 건강에 핵심적 요인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베트남에서 살해한 대가는 비난으로 돌아왔다. 결국 베트남 참전 용사들의 자살률과 노숙자 발생률, 이혼율, 약물 사용률은 이후 미국 세대에 영향을 미쳤다. 이후 와인버거 독트린 수립 (미국은 자국의 핵심 국익이 걸린 문제가 아닐 경우 파병해서는 안 된다. 승리를 위한 충분한 병력과 지지가 확보되어야만 파병한다. 정치적, 군사적 목표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 미군 부대의 파병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
8부 미국에서의 살해 ; 우리는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미국에서 감옥 수감자는 1975년 이후 네 배로 폭증했다. 어린 베트남 참전 용사들이 권위자의 명령이 있을 경우에만 사격을 하게 되는 자극 식별 장치를 지녔던 데 반해 현재 비디오 게임을 하며 노는 청소년들의 조건 형성 속에는 이러한 안전장치가 구축되어 있지 않다.
역동적 대리 역할 모델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사회 학습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모델에 가학적이고 잔인한 살인마들이 포함된다. (영화, 드라마)
영화를 통한 둔감화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무의식적으로 자극에 반응한다. 또한 비디오 게임은 현대 군인들의 사격 비율을 네 배 이상 증폭시킨 것과 똑같은 형태로 구축된 폭력을 가르치는데 유용하다. 범죄자들이 화면에 등장할 때 권총을 쏘는 게임 → 표적 선별 프로그램과 동일. 경찰들과 무고한 시민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성공한 조작적 조건 형성 유형이 됨. 오락실의 유사품에는 폭력을 억제하게 만드는 그 어떤 규제도 없다. 오직 폭력을 가능하게만 한다.
폭력적 게임을 통해 젊은이들은 인간에게 총을 쏠 수 있는 자로 변해 간다. 게다가 우리 사회 안에는 심리적 거리를 제공하는 요인들이 있다. (인종, 성별 등) 미국은 구획화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또한 미디어는 폭력을 조건 형성하고 가르치며, 우리의 가장 어두운 본능을 키우고, 우리의 가장 깊은 두려움을 조장하는 폭력적인 전형들을 공급하고 있다. 파멸에 이르는 길에 들어서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규제의 필요성은 커진다. 기술은 다양한 방식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사회에서 일어나는 폭력의 맥락 자체를 변화시켰다. 표현의 자유를 헌법에 제정한 자들은 헌법을 쓸 때 이러한 요인은 물론 조작적 조건 형성을 감안하지 못했다. 법적 규제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모든 파괴적인 행위는 다른 인간의 억제력을 갉아먹는다. 우리는 사회의 안전장치를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인간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만 우리는 변화를 꿈꿀 수 있다. 인간 마음속에는 자기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에서조차 살해를 거부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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