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무슨 심리일까? 나는 왜 이렇게 느끼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느끼는 걸까?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느끼는 심리들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쉽고 간단하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목차만 봐도 우리가 가졌던 의문의 반은 해결된 느낌이다. 심리학적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의 심리를 정리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도 많고 매우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가볍게 보기 좋으나, 깊은 심리학적 정보를 기대한다면 아쉬울 책이다. 잘 알고 있던 부분도 있고 어렴풋이 알고 있던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한 번 글로 정리된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나의 지식도 정리하고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은 것 같다.
책의 가장 첫 장이 가장 인상 깊게 남아있다. PART 1의 제1장. 감정을 숨기는 게 습관이 돼버린 당신에게 (감정 사용법) 부분이다. 문화적으로 우리나라, 혹은 아시안이 서구사회와 비교하여 내가 느끼는 감정을 타인에게 표현하는 것이 익숙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 개인적으로도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모두가 감정을 가지고 사는데 왜 이렇게 감정을 숨기는 게 습관이 되었을까?
저자는 어린 시절 누구나 겪었을 상황으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한다. 아이가 넘어져서 아픔을 참지 못하고 소리치면 어른들은 다가와 "괜찮아? 심하지 않네. 금방 나아질 거야" 하는 말로 아이를 진정시킨다. 아이를 달래려고 하는 말이지만 어른의 이러한 위로는 아이로 하여금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이미 ‘가져야 마땅한 감정’과 ‘갖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은 감정’을 구분해서 배우는 셈이다. 그래서 우리의 상식은 ‘갖지 않는 게 차라리 나은 감정’을 억누르려 한다.
이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있지 못할 때도 많다. 타인에게 마음이 상한 상황에서 내 감정을 표현하라고 하면 “너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라고 한다. 그러면 상대는 “무슨 소리야, 난 너를 아주 잘 이해해!”라고 답할 수 있다. 이건 가짜 감정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가 이렇게 답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진짜 감정은 “나 실망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기에 이 감정에 대해 상대가 "아냐 너는 실망하지 않았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나의 진짜 감정을 파악해야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 그리고 내 감정에 충실한 후에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에는 어떤 태도를 갖는 게 적절할까?' 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느끼는 그대로 솔직하게 느끼며 다른 누구의 것이 아닌 나의 인생을 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감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그 어떤 평가도 하지 말고 스스로의 인생을 살라는 깨우침이 가장 인상 깊었다.
PART 2에서는 제15장. 남의 감정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면 위험하다 (동정 VS 공감) 부분이 기억 남는다.
타인을 나와 분리된 독립적인 인간으로 볼 수 있고, 그의 마음을 잠시 내 것처럼 느껴도 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건강한 자아가 있어야 공감이 가능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상대와 같이 구덩이에 뛰어들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종종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상대방과 같이 기분이 가라앉고 함께 눈물 흘려야만 상대의 슬픔에 공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감을 더욱 어렵게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진정한 공감은 상대의 아픔을 감지하고 깊이 이해한 후에 다시 자신으로 돌아와 어떻게 하면 그를 도울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단순히 함께 슬픔을 느끼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상대를 도울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까지가 공감이라는 것이, 벌써 위로되는 일이고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기에 너무 좋았다.
이어서 바로 다음 장인 제16장. 충고의 밑바탕에 깔린 자기중심적 관점 (투사) 부분에선 공감 이후 어떻게 조언해야 하는지에 대해 나와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자기중심적 관점을 버리고 ‘나는 네 편이야. 너의 관점으로 볼게.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 공감을 먼저 해야 한다. 이렇게 상대방을 위로해 주고 난 다음에 상대가 조언을 듣기 원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조언의 핵심이다.
우리가 생활에서 흔히 겪는 일이지만 이러한 기본부터 다시 짚고 넘어가니 스스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낀다. 이렇게 정리된 글로 베이식을 짚고 가는 것이 이 책이 하는 일인 것 같다.
PART 3에서는 제21장. 일상의 스트레스, 어떻게 관리하는 게 최선일까? (적응) 부분을 흥미롭게 봤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트레스에는 하나의 보편적인 대응 방식만 있다고 간주되었다. 싸우느냐 아니면 도망가느냐. 그러나 학자들은 여성에게서 전혀 다른 유형을 찾아냈다. 그것은 곧 ‘보살핌과 친교’이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남성들이 공격적이 되는 반면, 여성은 자신과 아이들을 보살피며 인간관계의 범위와 정도를 넓히고 다지면서 스트레스에 대응한다. 집단을 지키기 위해 외부에서 위협과 싸우는 남성의 생활 방식과 내부에 머무르며 집단을 일궈가는 여성들의 생활 방식이 누적되어 나타난 결과이다. 저자는 남성의 공격적인 태도와 여성의 친화적인 태도를 결합시켜 배려하며 투쟁하는 것이 스트레스 대처의 가장 이상적 방법이라고 말한다.
PART 4에서는 제40장. 창의적인 사람은 무엇이 다를까? (정신적 블로킹)를 뽑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고를 하기 힘들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고를 막는 정신 고착 현상은 우리가 정보를 기억하거나 새롭고 의미 있게 결합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정신적 블로킹, 즉 기능 고착이 발생하는 것이다. 고착 효과는 무의식의 차원에 머물며 우리의 의식적인 문제 해결 과정을 가로막는다. 이럴 때는 창의적 휴식 시간을 갖는 게 좋다. 고착의 극복은 수동적으로 일어난다. 머리를 너무 쥐어짜지 말고 약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PART 5에서는 제44장. 선입견은 어떻게 생겨나는가 (선입견) 부분이 기억 남는다. 우리가 가지는 두려움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며 종종 선입견이 ‘정당’한 것으로 여겨지는 결과를 낳는다. 뇌는 되도록 의식적인 생각을 피하고 자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도식을 만들어둠으로써 수고를 줄이려 드는데, 선입견은 일종의 ‘도식’이 되어 잠재의식에 숨어 작용한다. 이 부분은 40장의 정신적 블로킹에 대한 설명과도 비슷할 것 같다. 의식적인 생각을 피하고 잠재의식 속 도식이 작용하여 수고를 줄이다 보니 정신 고착 현상이 나타나고 스스로 새로운 사고를 하기 어려운 것이다. 선입견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로부터 자유로운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독서 정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야 하는가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3) | 2024.01.25 |
---|---|
우리에게 서사가 필요한 이유 <서사의 위기> (2) | 2024.01.23 |
소수자성은 약점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마이너리티 디자인> (0) | 2023.12.15 |
공공선과 자치 참여 열망의 회복이 필요한 때 <당신이 모르는 민주주의> (2) | 2023.12.11 |
인문학적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과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0) | 2023.12.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