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 비교하여 같은 일을 하는데 드는 시간이 놀랍도록 단축되었다. 그렇다면 노동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맞는데, 우리는 아직도 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에 쓰고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주 69시간으로 노동 시간을 더 늘리는 이슈를 가지고 정부가 국민들의 반응을 간 보고 있다. 4시간만 일해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놓고 8시간이나 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적게 노동할 수 없는 우리의 인식이, 노동을 신성시하게 된 역사에서 기인했다고 말한다. 또한 육체노동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 노동을 측량하는 시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현재의 시간으로 측량 불가한 업무들을 측량하다 보니 노동자들이 ‘텅 빈 노동’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책은 이러한 ‘가짜 노동’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가짜 노동’을 없애는 방법을 제시한다.
1부. 사라진 시간
1장. 지나친 노동량
노동을 숭배하고 신성시 한 개신교. 18세기가 되어서야 교역과 재화를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사무직 노동자 증가. 고된 육체노동에서의 해방으로 봄. 여성도 노동시장에 유입. 풍부한 인력과 많은 노동 시간, 시간 낭비를 줄이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려 스톱워치를 든 남자들이 직원들을 관리하기 시작 → 관리직 증가
과잉 교육과 남아도는 지식노동자. 지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노동을 발명해 내는 인류.
노동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간 진보. 대침체의 시대 도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구와 양질의 교육, 훈련을 받았음에도 혁신은 아주 드물게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감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
인간은 재량 시간이 확보될 때마다 자신을 계속 분주하게 만들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2장. 텅 비어 가는 노동
우리는 생각보다 적게(양이 아닌 질의 문제) 일한다. 우리는 생각만큼 생산적이지 않고 혁신적인 돌파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 없는 일과를 보내는 사람들. 스웨덴 사회학자 롤란드 파울센의 연구 ‘텅 빈 노동’ = ‘봉급을 받는 이가 하리라고 고용주가 기대하지 않는 활동’ 뭔가 그럴듯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능력이 늘어가는 노동자들. 직원들이 아주 적게 일해도 회사는 잘 굴러간다. 체면을 차리느라 실제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하는 척하는 사람들. 텅 빈 노동은 끈질기게 지속되어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영혼에 상처를 입힌다. 현대 노동 생활에 드리운 그림자. 무의미한 노동이 정신 건강을 해친다. 허튼 직업, 자신의 직업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느끼는 상태에서 어떻게 노동의 존엄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까?
효율성의 개선을 통해 일의 양이 줄어들 거라는 감질나는 기대에 이끌려 찾아낸 해결책은 결국 우리에게 더욱 많은 일을 가져다주었다.
3장. 노동의 본질과 변화
텅 빈 노동과 진짜 노동을 대결시키는 개념적 이분법은 상황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업무를 하거나, 노동과 닮아 보이지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업무를 하며 임금을 받는다. 노동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노동은 아닌 업무, 가짜 노동.
20세기의 단계적 산업화는 무대 뒤 노동을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시켰다. 무대 뒤 노동은 직접 계량할 수 없고 눈에 띄는 경우가 드물다. 게다가 끝나지 않는 일. 그러나 무대 앞 노동의 절차를 모방하여 계량화 된다. 보이지 않는 노동의 계량화. 무대 뒤 노동이 가짜 노동이라는 것이 아니다. 노동이 그 자체에 가짜 노동을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짜 노동이 증가한 것이다.
합리적이라는 이유로 이성적일 순 없다. 한때 합리적이었던 것이 이제는 비합리적인 것이 되었다. 경쟁 시스템, 정보와 통신의 지배, 임시 프로젝트, 법률제도 등. 이러한 합리성이 가짜 노동을 더 많이 발생시키고 있다. 더 많은 합리성, 더 많은 기술의 출현은 늘 더 많은 ‘노동’을 창출한다.
우리는 가짜 노동이 가짜 노동임을 알지만 정작 우리 자신이 그것을 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생각하게 된다.
가짜 노동의 문제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다. ‘합리성’에 사로잡힌 우리 인간들이 만든 문제.
2부. 사라진 의미
4장. 가짜 노동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
결정을 내리는 대가로 많은 봉급을 받지만 할 일은 많지 않은 중역,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업무 참견→직원들은 생산적이고 적절하지 않은 일인 것을 알지만 상급자의 지시를 따라 시간을 때우고 바쁘게 할 수 있는 가짜 노동에 착수. 임금이 높을수록 텅 빈 노동과 비생산적인 방식의 근무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일은 그것의 완수에 허용된 시간을 채우도록 늘어난다. 파킨슨의 법칙. 눈에 보이는 노동은 파킨슨 법칙의 희생양이 되어 비생산성의 책임을 지고 해고된다.
우리가 바쁘다고 피력하는 경향은 1960년대 이후 증가했으나 산업시대 이래로 오늘날까지 업무량은 꾸준히 감소.
짧은 시간에도 일을 마칠 수 있는 사람에게는 지위도 존경도 부여되지 않는다. 노동을 ‘고귀’하고 ‘도덕’적인 활동으로 간주하는 탓이다. 그래서 주 15시간 노동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는다. 노동은 신성한 의무가 되었다. 바쁜 것이 좋고 필요하고 도덕적이라는 생각은 가짜 노동을 낳는 합리화. 가짜 노동의 확장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첫 번째 조언은 바쁘다는 말을 그만두고 집에 가는, 꽤 간단한 것
5장. 해결책이 불러온 문제들
민간 부문도 관료제와 같은 비효율과 비합리의 문제를 겪고 있음. 공공 부문의 가짜 노동은 민간 부문에서 복제해 온 것. 끝없는 개선을 멈추고 핵심 사업에 집중하기. 타인에 대한 모방 멈추기
6장. 남에 대한 모방을 멈추자
모든 것의 문서화는 합리적일 수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음. 문서화를 위한 또 다른 가짜 노동.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문서.
방어벽으로 설정된 방침과 정책이 많기에 관리직은 규정 준수 능력으로 평가되어선 안 된다.
7장. 우주에서 지구로 복귀하자
겉치레가 더 중요하게 자리 잡은 세상. “왜 그냥 할 일이나 잘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직원들은 냉소적이 되어가고 회사는 자만심만 부풀어진다. 홍보를 위한 경영.
과도한 경쟁과 교육의 과잉. 여러 겹으로 감춰진 가짜 노동의 단서들
8장. 긍정이 지배하는 사회
사람들은 비판을 두려워하기보다 남들과 연결되지 못할까 봐 두려워 ‘긍정’한다. SNS의 좋아요 문화. 긍정적이 된다는 것은 남들에게 관심받는 한 방법. 비판은 문제를 폭발시키고 상황을 폐지시키지만 긍정은 더 많은 일을 낳는다. 빠르고 피상적으로. 더 많은 노동과 우둔함을 낳는다. 공허한 가짜 노동을 풍부하게 하는 긍정.
긍정성을 통제하고 포괄에 대한 욕망을 자제하자. 무의미한 가짜 노동을 더 빵빵하게 채우는 자기애로 부풀어 오른 조직의 긍정성에 비판의 구멍을 내자.
9장. 무의미한 노동시간 줄이기
시간을 줄이면 일도 준다. 근무시간 40시간 이후 생산성은 급락했고 초과 근무의 이득은 높아진 임금으로 상쇄. 직원들이 더 적게 일할수록 IIH 노르딕의 매출은 증가했고 병가는 50% 줄었으며 수익은 거의 두 배가 되었다. 업무 의욕과 전반적인 삶의 질은 일관되게 증진
“일을 다 하기까지 2시간밖에 없다면 엄청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겠죠. 그다음에 쉴 수 있다고 하면 더 많은 일을 해낼 겁니다.”
인류가 산업사회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 발생. 변화하지 못하고 허위 형성의 함정에 걸려 여전히 시간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사고하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이라는 관념 자체를 버릴 때만 완전한 변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10장. 노동시간에 대한 관념 버리기
기업은 노동자에게 더 나은 삶의 질을 선사할 필요가 있다.
생산물의 가치는 거기에 투입된 시간에 의해 정의된다고 가르친 애덤 스미스. 이러한 관념은 우리 안에 깊숙이 박혀 있다.
11장. 사람을 믿자
서로를 믿지 못해, 신뢰를 위해 엄청난 양의 노동이 발생된다.
경영학적 사고방식은 인간에 대한 극단적이고 단순화된 분석-인간이 기본적으로 게으르며 탐욕스럽다는 사상-을 영구화하고 경영을 단순히 목표 설정과 추구의 문제로 축소한다.
서로에 대한 불신에 따른 대가는 가짜 노동의 무한 쳇바퀴
3부. 시간과 의미 되찾기
12장. 노동과 인간의 본질
고대 그리스, 노동은 노예가 시민의 특권 여가 → 기독교 달란트의 비유, 양을 불리는 과정이 중요하게 그려지자 노동이 가치를 가지게 됨
노동은 인간을 외면화시키고 외부를 내면화시키는 활동. 노동은 인간 존재의 근본을 이루는 일부. 노동이 우리 존재에 있어 필수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의미 있는 작업 과정에 참여할 때 안정감을 느끼고 비본질적 노동에 참여할 때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소외되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모든 노동 활동을 산업 시대에 갇힌 허위 형성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데 투자할 게 아니라, 우리 존재의 본성을 위해 써야 한다.
13장. 변화를 위한 우리의 전략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기. 불완전함을 감수한다. 실수에 대해서 더 잘 인정하자. 핵심 사업에 더 신경을 쓰자.
시간으로 계량하지 말 것. 자신을 진짜 인간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개발을 하자. 내면을 외면화하고 세계와 상호작용하자.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더 잘 알게 된다. 성찰적 판단은 언제 규칙을 깰지 안다.
14장. 관리자를 위한 의미 있는 조언들
경영 컨설턴트와 경영 철학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영감을 받고 열정적으로 바뀌었는지로 성공을 평가하는 산업이 됨. 정작 필요한 건 평범하고 단조로운 경영법. 과정이나 시간보다 중요한 결과 평가
15장. 가짜 노동 없는 사회
합리화와 능률 개선에 실패한 이유는 상황을 변화시키는데 게을렀기 때문. 권력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었기에 변화가 어려웠다.
세상엔 수많은 직업이 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의미 있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해결책, 보편적 기본 소득. 이 실험은 거의 언제나 분명하게 놀라운 긍정적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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